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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유기방가옥
충청남도 서산 운산면 이문안길에 송림이 우거진 야산을 배경으로 위치한 유기방가옥은 민속문화재 23호로 1919년 건립된 전통한옥이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가옥으로 "큰말"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가장 안쪽에 산을 등지고 남향하여 자리 잡고 있다. 해마다 3월 말이나 4월 초 즈음에 수선화의 개화시기에 맞춰 '유기방가옥 수선화 풍경'이 개최된다. 100년 고택의 고즈넉한 언덕 위를 노랗게 물들이는 수선화가 소나무숲 탐방로 둘레에 가득 메우고 있어 바람이라도 불면 마치 노란 바다의 파도처럼 수선화의 넘실거림이 장관을 이룬다. 전통가옥에서 향수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고, 유치원,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프로그램으로 시대적 환경에 맞추어 민화체험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유기방한옥 고택을 중심으로 고즈넉한 야산의 능선에 파노라마식으로 펼쳐진 300년 된 소나무숲에서 가든웨딩도 할 수 있다. 가옥의 입구에는 지방특산물과 음식도 맛볼 수 있으며 2만 평의 수선화 꽃밭을 일군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원 및 조경사업에 노하우도 전수해 주고 있으며 토종 수선화 구근을 판매하기도 한다.
수선화축제
수선은 비늘줄기에 속하는 내한성이 강한 가을심기구근으로 이른 봄에 개화된다. 품종개량은 영국, 네덜란드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에는 화단용으로 일부 이용되고 있는 방울수선의 일종인 제주수선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및 지중해 연안에 자생하고 있으며, 가을에 심는 비늘줄기로 해마다 갱신되지 않고 뿌리의 내부에 인편이 생겨 점차 커지며 자란다. 수선화가 자라기 좋은 온도는 13-15도이며 빛이 부족하면 꽃이 웃자라서 연약해진다. 올해는 수선화축제가 평년과 다른 기상조건으로 평년보다 조금 더 일찍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3월 22일부터 시작된다. 3월 1일부터는 입장료도 발생한다. 노란 수선화들이 2만 평 대지에 풍성하게 피어있고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은 봄의 전령들이 봄기운을 전하려 떼 지어 내려오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수선화축제가 끝나는 4월 중순경에는 청벚꽃과 알리움이 피어나 또 다른 유기방가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6월, 7월에는 샤스타데이지를 볼 수 있으며 8월, 9월에는 상사화의 군락도 볼 수 있다. 9월, 10월에는 형형색색의 코스모스들도 한들한들 가을풍경을 맘껏 발산할 터이니 유기방 가옥의 매력은 1년 내내 느껴볼 수 있기에 매우 좋은 여행이 될 것이라 믿는다.
간월도
유기방가옥에서 35분 정도 차를 타고 가면 간월도에 이른다. 간월도는 천수만 안에 위치한 작은 섬이었으나, 1984년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인해 바다가 아닌 육지로 변한 곳이다. 천수만에는 철새들이 찾아들어 월동을 난다. 수많은 철새를 탐조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갯벌에 살던 수많은 낙지와 게 등 자생생물들이 급감하고 산란지가 파괴되는 가슴 아픈 결과도 생겨났다. 간월도에는 물 위에 떠있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암자가 있다. 하루 두 번씩 밀물과 썰물 때 30cm 정도의 모래톱 길이 열려 섬과 육지가 이어진다. 그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간월암' 입구에 다다른다. 해탈문을 거쳐 간월암 마당으로 들어서면 250년 된 사철나무가 푸른빛을 위엄 있게 뽐내고 있다. 자그마한 섬에 자그마한 서찰 안에 대웅전, 지장전, 요사채, 용왕단, 종각, 산신각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간월도는 '달빛을 본다'는 뜻으로, 조선시대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달빛을 보고 득도했다 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간월도 입구에 들어서면 '어리굴젓 기념탑'이 있는데 간월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자연산 굴이기에 유명하다. 조선시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렸던 진상품으로 갯벌 속에서 장기간 성장한 굴이니 그 맛이야 얼마나 좋겠는가! 서산 어리굴젓은 임금님이 드시던 그 맛 그대로 갯벌에서 채취한 자연산 굴과 천일염 등 신선한 재료로 만들어져 뚝딱 한 그릇 해치울 수 있는 밥도둑인 것이다. 젓갈의 역사가 확실치는 않지만 간척공사로 인해 절반정도로 수확양이 줄었음에도 여전히 어리굴젓을 찾는 이들이 많다. 3월 말에 열리는 유기방가옥의 수선화 축제장에 들려 봄을 충분히 느낀 후 시장해진 배를 서산 간월도의 어리굴젓으로 따뜻한 밥 한 공기에 얹어 한 그릇 해치우고 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봄여행이 될 것이다.